"결혼보다 버림받은 아이 돌보는게 더 값져"
아산상 받는 SOS어린이마을 이영순씨
27년간 30여 명 키워온 '처녀 엄마'
출가한 아이 산후조리까지 도맡아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shkim@chosun.com
27년간 불우 어린이 30여 명을 키워온 '처녀 엄마'가 올해 아산상 복지실천상을 받는다. 전남 순천SOS어린이마을 이영순(56) 생활지도원이다.
이씨는 1982년 29살의 나이로 불우아동을 보살피기 위해 순천시 와룡동 순천SOS어린이마을에 몸담은 이후 현재까지 독신으로 지내며 30여 명의 불우 아동의 교육과 자립을 돕는 일에 헌신해왔다.
이씨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스무 살 때. 아이들을 좋아해 "결혼하면 아이를 10명쯤 낳고 싶다"고 곧잘 말하던 그녀는 유치원 교사로 9년 동안 어린이들을 돌봤다.
유치원 생활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보람 있는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녀는 1982년 불우아동시설인 SOS어린이마을의 어머니로 지원, 부모와 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보며 평생 독신으로 살기를 결심, 본격적인 '처녀 엄마'의 길에 들어섰다.
▲ 올해 아산상 복지실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순천SOS어린이마을 생활지도원 이영순(왼쪽에서 세 번째)씨와 그녀가 돌보는 아이들.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지금까지 키워 온 아이들 가운데 8명을 대학에 보냈고, 서울에서 하숙하는 아이들에게 하숙비는 물론, 부족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본인 이름으로 신용대출까지 받는 등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해왔다. 사회에 진출한 뒤 출가한 여자 아이들에게는 결혼과 출산, 산후조리까지 도맡아 보살피고 있다.
지금은 초등학생 3명, 중학생 2명, 고등학생 4명, 대학생 1명 등 모두 10명의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는 일에서부터, 방과 후 학습과 과제 지도까지 그의 일과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1980년대만 해도 꽁꽁 언 손으로 손빨래를 해야 했고, 석유풍로 하나로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을 10여 개씩 싸야 했다.
이씨는 "연탄 보일러가 들어와 따뜻한 물로 아이들을 씻겨주던 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며 "종일 아이들 뒷바라지로 녹초가 되어 누워 있을 때 아이들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맡아 주물러주면 모든 피곤이 한꺼번에 날아가곤 했다"고 말했다.
아산상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재단 설립자인 아산 정주영 초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불우이웃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이씨를 비롯, 올해 아산상 수상자 25명(단체 포함)에게는 4억6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아산교육연구관에서 열린다.
입력 : 2008.11.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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