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부메랑 효과 [중앙일보]
오래전부터 호주의 원주민들은 작은 새들을 사냥하기 위해 부메랑(boomerang)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이것은 하늘 높이 던지면 멀리 날아갔다가 던진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신기한 물건이다. 세상의 많은 것에는 이 부메랑처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특성이 있다. 이를 회귀 본능이라고 한다.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은 추석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바다에 사는 연어는 죽을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모든 동물에게는 마치 부메랑 유전자가 있는 듯하다.
이 부메랑의 원리는 간단하다. 부메랑은 힘껏 던지면 큰 반동을 받아 되돌아오지만 적당한 힘으로 던지면 안 돌아온다. 골프에서도 절제된 힘을 주어 볼을 때리면 멀리 똑바로 날아가 돌아오지 않지만 지나치게 큰 힘을 주어 세게 때리면 볼은 되돌아올 것처럼 심하게 휘어서 날아간다. 그러면 골퍼는 부메랑 효과를 원망하며 티샷을 했던 곳에 다시 돌아와 서게 된다. 골프 볼의 슬라이스나 후크는 왜 생길까? 볼이 가로 15㎜, 세로 10㎜ 정도 되는 헤드의 스위트 스폿 면에 0.0005초의 짧은 시간에 정확히 맞지 않기 때문이다.
헤드는 목표선(target line)과 직각이 되도록 볼에 임팩트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의미는 무슨 뜻일까? 볼이 0.0005초간 헤드의 면에 머무르는 동안 헤드는 약 18㎜를 이동하면서 헤드의 면은 약 2도 닫히게 되어 볼은 목표의 왼쪽으로 날아간다. 볼을 목표 쪽으로 날아가게 하려면 헤드가 약 2도 열린 상태로 임팩트하여 볼이 떠날 때 헤드 면이 목표선과 직각이 되어야 한다. 즉 볼과 헤드가 임팩트될 때가 아니라 볼이 떠날 때 헤드 면이 목표선과 직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슬라이스나 후크는 안쪽에서 밖으로(inside out) 볼을 때릴 때 주로 생긴다. 볼이 헤드의 토(toe)에 맞으면 반작용에 의해 헤드는 시계 방향으로 돌고 볼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후크가 된다. 반면에 볼이 힐(heel)에 맞으면 헤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볼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 슬라이스가 된다. 이것을 기어 효과(gear effect)라고 한다. 볼과 곡률이 약 21㎝인 드라이버 헤드 면이 만나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드라이버 헤드의 라이 각이 4도와 8도로 볼을 임팩트했다면 200야드 지점에서 볼은 약 13피트와 26피트로 각각 휘게 된다. 또한 로프트 각이 46도인 피칭웨지로 라이 각이 4도와 8도로 볼을 임팩트하면 120야드 지점에서 볼은 약 26피트와 52피트로 휜다. 동일한 라이 각에서 웨지가 볼을 더 많이 편기시키는 것은 로프트 각이 크기 때문이다. 세 번째 원인은 오른손잡이의 경우 그립을 잡았을 때 왼손 중지와 약지가 손바닥과 닿지 않으면 헤드가 열려 슬라이스 볼이 되고 두 손가락이 지나치게 닿으면 헤드가 닫혀 후크 볼이 된다. 슬라이스나 후크성의 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립의 굵기도 손의 크기에 알맞게 선택해야 한다.
헤드에 라이 각을 주어 임팩트하면 볼이 목표 지점에서 좌우로 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헤드의 토 라이 각을 1∼4도 정도로 볼을 임팩트해야 한다. 왜 그럴까? 다운스윙을 할 때 헤드 무게에 의해 유연성이 있는 샤프트는 지면을 향해 굽어져서 헤드가 지면과 평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샤프트가 스틸인 경우는 유연성이 작아 라이 각을 작게 하고 그래파이트는 유연성이 커 라이 각을 크게 해야 한다. 라이 각을 크게 주어야 하는 클럽은 역시 드라이버다. 드라이버는 샤프트의 길이가 가장 길어 많이 휘기 때문이다. 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올바르게 살려면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처럼.
출처:중앙일보 2007년 9월 29일 과학칼럼 김선웅 고려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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