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길] 8
베이징 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8시에 열린다. 중국인들은 8이란 숫자를 좋아한다.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8은 영원을 의미하는 0이 두 개 합친 형상이다. 그래서 무한대의 의미가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천문학적인 의미도 있다. 8년에 한번은 만월과 지일(至日·동짓날 또는 하짓날)이 겹치기 때문에 음력과 양력의 시간 계산이 일치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고대 근동의 여러 나라들, 고대 그리스에서는 8년 단위의 달력 주기를 받아들였고 이 주기에는 기복에 따른 숭배행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4배수의 8은 중복과 강조, 능력과 소통의 효과를 의미하는 숫자로 여겼다. 그래서 모든 방면에서 모이는 것을 강조할 때 사방팔방(四方八方)이란 말을 썼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은 막힘없이 다 통하는 의미로 썼으며 팔방미인(八方美人)은 모든 면에서 탁월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두고 쓴 말이었다. 조선조에서는 전국을 팔도(八道)로 나누었다. 팔괘니 팔각정이니 팔등신이니 팔촌이니 하는 말들을 보면 8의 의미가 민족 정서와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성경에서 8은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8은 영원의 의미와 함께 새 창조, 새 탄생, 새 시작의 의미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날 안식하셨다. 여덟째날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십자가에서 운명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운명한 지 3일(3은 완전을 뜻한다), 안식일이 지난 첫째날 제8일에 부활하셨다. 이 때문에 안식 후 첫날인 새 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해 '주일'이 되었다.
대홍수 때 구원받은 사람은 노아를 포함한 여덟 명이었다. 여덟 명은 홍수 이후 '약속의 무지개'를 보며 새로운 날을 맞았다. 또한 제8일은 정화(淨化)의 날이다. 그래서 할례는 아기가 태어난 후 8일째 되는 날 행한다. 모세는 80세가 되던 때 민족을 이끌 지도자로 부름 받았다. 예수께서는 복(福)의 기본을 여덟가지로 정했다. 그것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되는 팔복이다.
2008년이 과연 축복의 해가 될 것인가. 이기적인 기복심리나 막연한 기대는 개인과 공동체에 독이다. 새 창조, 새 탄생, 새 시작은 정화의 결단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8의 의미는 미신의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김상길 논설위원 s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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