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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니코프, 요구르트 먹으면 140살 산다더니…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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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100자평(1)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08.25 03:03
"요구르트는 장수 식품" 주장한 메치니코프 70세 겨우 넘기고 사망
"자연식은 만병통치약" 근거 들었던 장수마을 눈병 등 질병으로 고생
건강식 정보 뒤에 숨어 수익 챙기는 세력 고발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김지향 옮김｜296쪽｜1만4000원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책임자인 메치니코프 박사는 노벨화학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다. 그는 1900년부터 "생명을 무한정으로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대장에서 번식하는 치명적 박테리아가 인체를 중독시키는데, 그 박테리아를 먹어치울 미생물이 요구르트에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도 요구르트를 "신장염, 류머티즘, 장티푸스 및 인류를 파괴하는 모든 질병과 싸우는 강력한 무기"라고 썼다.
1914년 69세의 메치니코프는 "지난 17년 동안 나는 조리된 음식만 먹었다. 과일은 물론이고 날 음식은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며 요구르트에서 추출한 불가리아 간균 때문에 자신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직후 메치니코프는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식습관만 바꾸면 140세까지 장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가 1916년 70세를 겨우 넘기고 사망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역사학 명예교수인 리벤스타인(Levenstein)은 음식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공포를 유포하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챙기는 세력을 폭로한다. 정부 기관과 식품 업체는 물론 메치니코프나 비타민 발견자 엘머 매컬럼 같은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1915년 미국 화학자 매컬럼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족하면 눈병을 유발하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성분을 분리해 비타민 A로 명명했다. 매컬럼은 비타민 부족으로 고통받는 쥐 사진을 적극 활용했다. 사진 속의 쥐는 기력이 없고, 실명한 데다 털이 다 빠져버린 흉칙한 모습이었다. 매컬럼은 우유와 녹색 채소 등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을 '영양식품'이라 부르면서 하루 두 번 샐러드를 먹고, 우유를 두 배 더 마시라고 말했다. 1920년대 미국은 비타민 열풍에 휩싸였다. 하지만 비타민 정제의 효능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2008년 말 뉴욕타임스는 "비타민의 건강상 이점을 입증하려는 과학계의 노력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타민 보조제를 일부러 복용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왔지만, 비타민 열풍은 여전하다.
TOPIC/ZEFA 가공식품이 식품에 내재된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우유나 달걀, 곡물, 과일, 채소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섭취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연식품'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의 로버트 매캐리슨은 파키스탄 훈자마을 사례를 들었다. 훈자마을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곡물, 채소, 과일, 적당량의 우유와 버터가 전부이지만, 맹장염, 대장염, 암 등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캐리슨에게 영감을 받은 미국의 로데일은 1950년 건강잡지 '프리벤션'을 창간했다. 지나치게 문명화된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자연식품 섭취를 주로 다뤘다. 대표 사례가 훈자 마을이었다. 당초 주목을 끌지 못했던 로데일의 자연식품 옹호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덕분이었다.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약품의 위험을 경고한 이 책 덕분에 훈자와 자연식품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훈자마을 사람들이 눈병, 갑상선종, 간농양 등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조사보고가 나왔지만, 훈자 열풍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하지만 1972년 "설탕에 중독된 택시기사에게 치어죽는 경우가 아니라면 100세까지 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로데일은 몇 주 후 심야 TV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72세였다.
식품 첨가물과 우유, 요구르트, 마가린, 쇠고기와 콜레스테롤, 식이지방의 유해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주장은 끊임없이 뒤집혀왔다. '기적의 식품'이라던 우유는 일급 살인마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건강한 심장의 보증수표를 자부하던 마가린은 동맥경화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저자는 전문가들이 어떤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랍다고 말한다.
새로운 영양학적 발견이 뉴스로 나오면, 일단 충분히 기다려보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그리고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의 조언을 제시한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