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 방화, 흉기 난동을 부리며 4명을 숨지게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고 용의자 정모씨가... /뉴시스1 of 3 경찰에 의해 통제되는 사고현장
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일 서울 강남의 ‘고시원 방화.흉기난동 참사’는 한 주의 출발을 알리는 월요일 아침 느닷없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3층에서 불길이 솟아오른 것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고시원에 사는 정모(31) 씨가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미리 준비해 온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4층 건물 중 3∼4층을 차지하는 이 고시원의 다른 투숙자들은 ‘불이야!’라는 외침과 갑작스런 연기에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앞다퉈 방을 빠져나와야 했다.
고시원에 사는 69명의 투숙자 가운데 상당수는 인근 영동시장과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여서 새벽 근무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와 불이 난 시각까지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간신히 불과 연기를 피해 방을 빠져나온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 씨의 잔혹한 흉기였다.
온통 검은색의 상·하의와 모자를 쓴 그는 연기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고글을 쓰고 있었고 머리에는 야간 등산용 플래시도 착용한 괴기스러운 모습이었다.
연기가 차 어두운 복도에 쏟아져 나올 피해자들을 식별하고 차질 없이 범행을 진행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던 것이다.
정 씨는 방화 5분여 뒤인 8시20분께부터 연기를 피해 3층 복도로 뛰쳐나온 투숙자들을 흉기로 마구 찔러댔다.
투숙자들은 불을 피해 정문 출입구 쪽으로 몰렸다가 머리 쪽에서 발산된 플래시 불빛을 따라 칼을 휘두르는 정 씨를 보고 혼비백산해 다시 반대쪽으로 달려 빈방에 들어가 필사적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3층에서 4∼5명을 찔러댄 그는 8시30분께에는 4층으로 올라가 위층 투숙자 5∼6명을 추가로 공격했다.
이 난동으로 고시원 투숙자 13명이 흉기에 찔려 이 중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등 피해자가 속출했다.
또다른 사망자 1명은 정 씨의 흉기와 불길을 피하려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고시원 총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뒤 피해자인 양 행동하며 소방관에 이끌려 탈출을 시도하던 정 씨를 붙잡았다.
당시 그는 4층 창고방에 숨어 있다 그를 피해자로 착각한 소방관이 데려가려 하자 따라나섰으나 경찰관들과 맞부닥쳐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불을 붙이다 손에 화상을 입고 있었지만 옷차림을 수상히 여긴 경찰관들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자 순순히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씨는 경찰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라고 진술해 이번 사건은 다수 군중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상처가 심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 20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30대 남성이 불을 지른뒤 도망나오는 사람들으 칼로 무차별 난자해 6명이 숨졌다. 사건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을 만나 사건발생부터 범인체포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superjh@chosun.com
입력 : 2008.10.20 16:41 / 수정 : 2008.10.20 2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