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기존에 알려졌던 초음파뿐 아니라 '생체 나침반'까지 이용해 밤길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통신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리처드 홀랜드 박사 연구팀이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큰 갈색박쥐가 밤하늘을 날아다닐 때 지구 자장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보도했다.
그동안 박쥐는 3만~6만㎐의 초음파를 성대를 통해 만들어낸 뒤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초음파를 포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반향정위(反響定位)로 불리는 이러한 방식은 장거리 비행에선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자들은 박쥐들이 어떻게 밤길을 정확히 찾는지 의문을 가져왔다.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박쥐가 지구 자장을 이용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박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한 그룹은 인공 자장에 노출시켜 자장 방향을 바꿔 놓았으며, 다른 그룹은 그대로 놔두었다. 실험 결과 인공 자장에 노출된 박쥐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으나 다른 그룹은 집을 제대로 찾았다.
홀랜드 박사는 "이는 박쥐가 지구 자장을 인식하는 나침반 기능을 생체에 지니고 있다는 증거"라며 "비둘기.철새.거북과 같은 동물들도 지구 자장을 감지해 방향을 찾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 자장에 노출된 박쥐들 중 일부는 중간에 방향을 수정해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며 "자신들의 나침반이 틀렸음을 깨닫고 무언가 다른 수단으로 이용해 집을 찾았지만 어떠한 기능이 작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